게임분석

[포탈 2] 실시간인 주제에 퍼즐이고 스토리텔링인 주제에 잘 만든 게임

WarmSick 2026. 2. 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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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2 대표 이미지

 

개요

 이번 글에서는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포탈 2'를 플레이하며 인상 깊게 느꼈던 요소들을 "스토리텔링 게임은 이래야 한다", "퍼즐 게임은 이래야 한다"와 같은 저 나름의 기준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싱글 플레이와 코옵 플레이가 사실상 전혀 다른 게임처럼 설계된 '포탈 2'만의 독특한 구조를 살펴보고, 플레이 과정에서 느껴졌던 아쉬운 점들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스토리텔링 '게임'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그 매체가 영상이 아닌 게임이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연출이 시사하는 스토리와 인게임 플레이가 시사하는 스토리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단순한 스토리 전달을 넘어, 해당 작품이 ‘스토리텔링 게임’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컷신이나 영화적인 연출을 통해 스토리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 메커니즘 자체가 서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포탈 2'는 플레이 경험과 서사가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포탈 및 기믹을 통해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

 

 단순 실험이 아닌 탈출하거나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묵시적으로 제한시간 요소가 추가되고, 그 상황에서 이동과 포탈 건, 그리고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믹 장치들을 활용해 직접 탈출을 수행하게 됩니다.

 

 

천장 봤다가 바닥 봤다가

 

 "천장을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해라", "쳐다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라" 같이 고개를 돌릴 것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경우, 실제로 플레이어가 시점을 돌려야만 게임이 진행됩니다.

 

 

낡은 실험실 내 옛날 큐브 + 주황색 젤이 붙은 버전

 

 큐브, 엘리베이터, 흰색 벽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시각 요소나 기믹 장치를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시각적으로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인게임 스토리에 세밀하게 집중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상황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험실에 정전이 일어난 후 불빛을 켜는 휘틀리

 

 실험실 내의 불이 꺼지면 오로지 '휘틀리'의 작은 광원에 의지하여 낭떠러지를 피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작은 빛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메커니즘으로써 그 흐름을 전달합니다.

 

 

코어를 가져와서 여기에 넣으시오

 

 코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이 상황에서 코어는 상호작용 가능한 사물로 등장해 실제로 코어를 들어 올려 가까이 가져가 교체를 하도록 합니다.

 

 

동선을 가로막은 실험실 잔해들. 몇 마디 대사와 함께 글라도스가 치워준다.

 

 작중 캐릭터 '글라도스'는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망가진 실험실을 고치면서 플레이어가 실험실에 도착하도록 해야 하고, 이는 실제 플레이어가 있는 맵에서 동선에 맞게 장애물들을 치워줌으로써 플레이에 영향을 줍니다. 플레이어 자력으로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지속적으로 손쉽게 치워주면서 '글라도스'가 실험실 전체를 통제하고 있고, 이로써 얼마든지 플레이어의 동선 또한 제어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부활한 글라도스

 

 '글라도스'는 플레이어에게 퍼즐을 푸는 내내 쿠사리를 넣고 부모님 욕을 박습니다. 이는 스토리 상 '글라도스'가 주인공에 의해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작전 상 '글라도스'의 실험에 응해주는 스토리가 게임 진행을 위해 부모님 욕을 잠자코 듣는 플레이어와 어느 정도 동일시 되도록 합니다.

 

 

 

실시간이지만 퍼즐입니다

 

 '포탈 2'는 다양한 보정과 편의 장치를 통해 피지컬적인 요소 및 신경쓰기 귀찮은 요소들로 인해 문제 해결이 좌절되는 상황을 잘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시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풀어냈다면 그 수행에 있어 막힘이 없게끔" 하는 퍼즐 장르의 문법을 잘 지켜내는 핵심으로 작용합니다.

 

격자 무늬로 이쯤에다 포탈을 설치하라고 암시

 

 벽의 격자무늬를 통해 적절한 포탈 설치 위치를 은근히 암시합니다. 이는 3D 게임 특성 상 어느 위치가 어디를 가리키는 건지 분간이 잘 안 가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겪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레이저의 미세한 위치가 중요한 상황, 포탈의 생성 위치와 각도가 고정된다.

 

 포탈의 미세한 위치와 각도가 중요한 경우, 그 주위에 포탈을 설치하면 포탈이 일정한 위치와 방향으로 보정됩니다.

 

적당히 최적의 각도로 각각 설치돼있는 점프용 포탈 구획

 

 포탈 구획 각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플레이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점프 각도나 포탈 각도 같은 요소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여 난이도가 과하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합니다. 또한 포탈 방향이 달라 캐릭터의 몸이 회전되더라도, 물리적인 힘의 방향은 포탈이 향하는 정면을 기준으로 보정되어 사소한 방향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줄입니다.

 

 

물리 법칙을 살짝 어기면서도 세상 예쁘게 색칠되는 젤

 

 다만 포탈 방향이라는 요소가 완전히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이후 등장하는 젤 기믹에서는 포탈 방향이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를 향한 포탈에 젤이 사선으로 떨어질 경우, 포탈의 방향에 따라 젤의 진행 방향이 달라집니다. 이 때는 플레이어 캐릭터 자체가 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젤만 조종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 포탈 방향을 신경쓰게 하더라도 난이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젤을 분사할 때도 무조건 실제 액체처럼 움직이고 퍼지게 만든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대로 색이 보기 좋게 퍼지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충격 없이 얌전히 잘 올라간 큐브

 

 물체를 점프해 위쪽에 올려두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안착되도록 보정되어 있으며, 특히 바닥에 물체가 걸쳐진 상태에서 플레이어와 거리가 멀어질 때 해당 물체가 플레이어를 따라오지 않고 바닥 위에 안정적으로 놓입니다. 이 또한 물체를 위쪽에 올려둔다는 퍼즐이라면 당연히 쉽게 처리되어야 할 행위가 피지컬적인 요소로 방해되지 않도록 보정한 결과입니다.

 

 

 

싱글의 주인공은 서사, 코옵의 주인공은 플레이어

 

싱글 플레이 중 세상 웅장한 풍경

 

 싱글 플레이는 컷신의 비중이 높고, 스토리 전개와 연출에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무거운 편이며, 정해진 단계와 스토리라인을 따라 진행되는 느낌이 강해 스토리텔링 중심의 게임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상대적으로 기괴한 표현이나 다소 과격한 농담 등, 코옵 모드에서는 어색할 수 있는 요소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옵 플레이 중 글라도스 시점으로 보여주는 장난치는 모습


 반면 코옵 플레이는 스토리 연출을 최소화하고 게임 플레이 자체에 집중합니다. 스토리 비중은 거의 없으며, 엔딩 역시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마무리됩니다. 전반적으로 퍼즐 게임에 더 가까운 인상을 주며,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도 유머러스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로의 외형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마치 “컷신을 볼 시간에 친구와 한 마디라도 더 대화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한 구성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아쉬웠던 점

 

스테이지 간 로딩 화면

 

 다만, 매 스테이지 간 존재하는 로딩 시간은 부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포탈 2' 특성상 피로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스테이지 사이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딩 시간이 비교적 길고, 그 빈도 또한 잦아 전체적인 플레이 흐름을 끊는다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가령 당시의 기술력으로 인해 로딩이 불가피하다 했을 때, 예를 들어 '슈퍼 마리오 원더'처럼 로딩 중에도 간단한 점프 등 최소한의 상호작용 요소가 제공되었다면, 이러한 흐름 단절 문제가 상당 부분 완화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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