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든링이 출시됐을 무렵, 보스 '말레니아'는 어렵고 흉악한 걸로 이름을 떨쳤다. 2주일 정도 죽치고 말레니아를 때려잡으면서 행동 패턴을 경험하고 공략 방법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느낀 말레니아 전투가 의도한 전투 경험 및 양상, 그리고 말레니아를 끔직한 보스로 만든 요소들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요구하는 주요 전투 양상
약한 강인도 → 경직으로 패턴 끊기

말레니아는 연속 공격이 매우 많기 때문에, 약한 강인도를 활용하지 못하면 딜타임이 부족해져 전투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모든 공격을 피한 뒤 반격하는 것뿐 아니라, 언제 공격을 넣어 경직을 유도하고 패턴을 끊을 수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말레니아는 강인도가 특히 약한 편이라, 경직을 통해 패턴을 끊고 딜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예를 들어 왼쪽으로 대시한 직후, 오른쪽으로 대시 공격을 한 직후, 잡기 공격의 선동작 중, 발차기 공격 직후 등이 있다. 보스의 패턴을 적절히 피한 뒤 공격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기조를 깨고, 패링이 아닌 일반 공격으로도 딜타임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보스전이 공격 차례와 수비 차례 사이의 확실한 경계를 통해 느린 템포의 턴제 전투 같은 경험을 준다면, 경직을 활용한 말레니아전은 빠른 템포로 빈틈을 찌르며 공방을 오가는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낮은 호밍 수치 → 구르기 방향 + 무빙 및 달리기로 회피

에오니아 나비, 분신 등 말레니아의 부패 계열 필살기 패턴들은 호밍 능력이 약한 편이라, 회피에 달리기를 활용하면 비교적 쉽게 공략할 수 있다. 달리기를 통해 말레니아 옆을 지나가거나, 달리는 도중 유턴을 하거나, 말레니아 주변을 빙글빙글 돌거나, 아예 멀리 달아나는 방식으로 피할 수 있다. 다만 패턴별로 말레니아와 플레이어 사이의 거리에 따라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타이밍에 맞춰 구르기 무적을 활용해야 한다.
일반 패턴 중에서도 약한 호밍 능력을 바탕으로, 구르기 방향과 무빙 및 달리기를 활용해 딜타임 이득을 볼 수 있는 패턴이 있다. 대표적으로 삼연격 패턴 직후 이어지는 다음 공격은 구르기가 아니라 뒷무빙으로 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태미나를 회복할 수 있고, 직후 나오는 연계 패턴이 딜타임을 주는 패턴이라면 강공격 등의 수단을 활용해 추가적인 딜 이득을 볼 수 있다. 또한 세로 내려찍기로 귀결되는 4연 공격 패턴 역시, 첫 1타만 뒷구르기로 피하면 나머지 공격은 말레니아가 혼자 헛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스태미나와 딜타임 양쪽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2페이즈에서는 1페이즈의 패턴에 더해, 공격 끝마다 땅을 찍어 터뜨리는 마무리 패턴이 자주 추가된다. 이 방식은 무빙과 달리기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땅 찍기 후 발생하는 폭발을 구르기로 피하면 약공격조차 넣기 빡빡할 정도로 딜타임이 부족하다. 반면 폭발을 무빙과 달리기로 피하면 적은 스태미나 소모로 더 빠르게 말레니아에게 접근할 수 있어, 적어도 약공격 정도는 확정적으로 넣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말레니아전은 단순히 타이밍에 맞춰 무적을 시전하는 전투가 아니라, 적과 플레이어 사이의 거리, 방향, 움직임을 전투에 유의미하게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소울류 전투 특성상 피격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다양한 회피 수단을 실험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런 회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기보다는, 가장 확실한 무적 시간인 구르기에만 의존하게 되기 쉽다.
선후 딜레이 긴 패턴 → 대놓고 주어지는 확정 딜타임

세로로 내려찍는 공격, 찌르기 공격, 강공격을 차징하는 듯한 공격의 전후, 뒤로 두 바퀴 돌며 빠지는 동작 이후 등에는 비교적 노골적으로 딜을 넣을 수 있다. 거리가 가깝다면 차지 강공격을, 거리가 멀다면 점프 강공격을 활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말레니아라는 악명에 비해, 실제로는 강공격을 욱여넣을 수 있는 딜타임이 은근히 많다. 다만 2페이즈로 넘어가면 이러한 패턴들에서 확률적으로 긴 후딜레이가 사라지고, 대신 땅을 찍어 터뜨리는 패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로 인해 1페이즈에서의 공략 방식을 무작정 습관적으로 반복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1페이즈에서는 구르기만 잘해도 자연스럽게 딜타임이 나왔던 패턴들이, 2페이즈에서는 무빙이나 달리기 같은 다른 대처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딜타임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래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기존에 익숙해진 방식대로 피했음에도 딜타임이 확률적으로 잘 나오지 않아, 전투가 갑자기 빡빡해졌다고 느끼기 쉽다. 결국 기존 패턴의 마지막에 연계 패턴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비교적 적은 변화로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난도를 크게 높인 셈이다.
말레니아가 흉악해진 이유와 개선 방안
이렇듯 대부분의 요소가 그냥 적당히 합리적인 보스전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롬 게임에서 제일 흉악한 보스를 꼽을 때마다 말레니아는 꼭 빠지지 않고 뽑히곤 한다. 그 흉악함을 만들어낸 주요 요소들과 왜 그렇게 느끼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보다 더 개선할 수 있을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흡혈 (리게인)

있을 거라면 모그에게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왜 말레니아에게 붙어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는 특성이다. 스토리적 콘셉트를 보스 패턴과 외형으로 녹여내는 것은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말레니아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흡혈 특성은 스토리적 개연성이 빈약하게 느껴진다. 거대한 룬의 설명상 체력 리게인 효과가 말레니아의 저항 의지라고는 하지만, 리게인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던 작품 '블러드본'과 달리, 엘든링에서는 저항 의지 = 체력으로 이어진다는 세계관적 개연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말레니아는 다른 데미갓들과는 다르게 특성이 지닌 파괴력에 비해 그 개연성이 유독 부족한 듯하다.
흡혈로 인해 가드의 의미도 크게 퇴색되었다. 가드로 막아도 말레니아의 체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가드 위주로는 말레니아를 잡기가 상당히 힘들다. 물론 2페이즈의 폭발 공격처럼 흡혈이 적용되지 않는 패턴도 소수 존재하기 때문에 가드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그런 패턴들을 가드로 대처하는 것 역시 상당히 비효율적이기에, 결과적으로 가드 자체를 무의미한 공격 대처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드 위주로 플레이하며 빌드를 쌓고 숙련도를 올린 플레이어들은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분명 게임 시작할 때에는 여러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처럼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열어두었으면서, 갑자기 특정 방식을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어려운 게 아닌 비합리적이고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또한 흡혈과 높은 체력이 더해지면서, 패턴 운으로 꾸역꾸역 클리어하는 방식도 어렵게 만들었다. 많은 유저들은 보스를 흔히 말하는 ‘대가리 박기’ 방식으로 클리어한다. 운 좋게 자신이 잘 대처할 수 있는 패턴이 많이 나오면, 다른 패턴에서 조금 맞더라도 물약을 소모해가며 결국 클리어하는 식이다. 하지만 말레니아는 흡혈 때문에 다른 패턴에서 조금 맞았을 때의 손해가 매우 크다. 그렇다고 체력이 적은 것도 아니다. 말레니아의 체력은 엘든링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따라서 웬만한 패턴에 모두 대처할 수 있게 되지 않는 이상, 말레니아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정확한 공략 플랜을 세우는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액션 게임으로서 게임을 즐기고 있던 유저들에게 큰 절망감을 준다.
굳이 흡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가만히 있어도 보스의 체력이 조금씩 줄어드는 메커니즘을 함께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깎이기 때문에 말레니아가 살아남기 위해 공격한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는 부패에 썩어가는 컨셉과 함께 거대한 룬 설명에서 언급되는 ‘저항 의지’라는 콘셉트와도 더 잘 맞아떨어진다. 동시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아래에서 서술할 물새난격 패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버티면 클리어할 수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말레니아전이 주는 절망감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물새난격

사실상 말레니아를 흉악한 보스로 널리 알려지게 만든 장본인이다. 물새난격이 어려운 이유는, 아무리 맞아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짧은 구르기 무적 시간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템포의 공격이 이어지고, 말레니아의 움직임 또한 비직관적이어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대처법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대미지도 무지막지하게 강하며, 타수마다 체력이 회복되는 흡혈 특성과 겹쳐 보스를 잡을 의욕 자체를 떨어뜨린다.
물새난격은 구르기 이외의 대처 수단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기존 패턴들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가까이에 있을 경우에는 에오니아 패턴 때처럼 말레니아 아래에서 빙글빙글 도는 식으로 피해야 하고, 거리가 있을 경우에는 달리기를 통해 아예 멀리 떨어져야 한다. 그렇게 1, 2타를 피한 뒤에는, 말레니아가 부족한 추적 능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어 쪽을 향해 돌진하며 벤다는 점을 고려해 방향을 잡고 구르기를 해야 한다. 기존의 다른 패턴들은 구르기만 활용해도 딜타임에서 손해를 좀 볼지언정 어떻게든 버티며 클리어할 수 있었다. 반면 물새난격은 구르기만으로는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한 주제에 패턴의 위력은 지나치게 강하다. 최고난이도 수준의 대처를 요구하면서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말도 안 되게 크고, 대처를 못하면 아예 잡을 수가 없게 만들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패턴이다.
개인적으로는 물새난격 시전 전 선딜레이를 에오니아 패턴처럼 길게 잡았다면, 플레이어가 “에오니아 때처럼 약한 호밍 능력을 활용해 대처해야 하는 패턴이구나”라고 연상하기 쉬웠을 것이고, 말레니아 아래로 가서 빙글빙글 도는 것도 할만했을 것이다.
혹은 3타와 4, 5타의 길이를 짧게 만들어, 구르기 방향까지 신경 쓰지 않더라도 무적 시간만으로 비교적 쉽게 피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플레이어는 구르기 방향보다 말레니아의 약한 호밍 능력을 활용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호밍 능력 활용이나 구르기 방향 활용을 다른 보스전에서 조금 더 강하게 학습시켰다면 좋지 않았을까. 물새난격은 그 자체로도 난도가 높은 패턴인데, 대처법을 떠올리기 위한 사전 학습이 부족해 더욱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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