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래그마타는 딸랑구가 귀여운 와중에 게임 자체도 괜찮다고 입소문이 난 것 같아서 플레이했다. 그런데 딸랑구를 시켜서 딸려온 사은품인 '전투'가 생각 이상으로 재밌어서, 프래그마타의 전투 시스템 중 특히 유의미했던 부분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1. 해킹 시스템
[ 해킹에 대한 판타지를 게임 경험으로 번역 ]
1. 적대적인 존재의 무언가를 해킹해서 원하는 것을 취하겠다는 목적
-> 눈 앞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해킹해야 한다는, 전투와 방향성이 합일되면서 직관적인 동기를 제시

2. 어떤 (해킹)공격으로 상대를 조질까 고민
-> 해킹 노드를 통해 전술적으로 해킹을 활용하는 감각을 키웠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똑같은 해킹이지만 보다 다양한 선택지에 놓여지면서 적을 어떤 식으로 조질까 고민하게 된다.

3. 무언가 빠르게 판단하고 그에 맞는 해킹 명령어를 빠르게 입력한다
-> 머릿속으로 해킹 경로를 판단하고, 판단한 경로를 바탕으로 버튼을 일사분란하게 누르게 된다.

4. 마지막에 엔터키를 치면 해킹 성공을 알리는 시청각적 연출과 함께 어떤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 초록색 목적지 노드에 도착하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해킹 성공 이펙트와 함께 장갑 개방이 되어 적의 외형이 크게 변한다. 또한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는 시스템적으로 큰 변화 또한 제공한다.
[ 반복되는 느낌을 줄여 덜 질리게 만든다 ]


나오는 적은 똑같아도 해킹 매트릭스 내 노드의 배치는 매번 다르기에 똑같은 전투가 반복되는 느낌을 크게 줄인다. 이로써 적 종류별로 쌓인 플레이어의 숙련도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질리지는 않게 만들었고, 이 부분이 주구장창 해킹하고 총 쏘기를 반복해도 재미있다 느껴지게 하는 핵심 중 하나이다.
2. 스테미나 소모
[ 직관적인 스테미나 강화 방식 ]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 스테미나의 업그레이드 방식은 최대치를 조금 늘리는 식이고 이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해도 "적당히 늘어났겠거니" 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프래그마타에서는 강화 UI에서 대놓고 "한 번에 회피를 n번할 수 있게 회피의 스테미나 소모량이 줄어듭니다"라고 적어 성장체감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였다.
[ 대시와 달리 고정적으로 스테미나 소모가 큰 체공 액션 ]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기동성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액션과 탐험이 공존하는 본 작품에서 플레이어에게 많은 횟수의 대시 기회를 주는 건 유의미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대시는 기동성 뿐만 아니라 무적 프레임이 달려있기 때문에, 대시 횟수가 늘고 기회 비용이 줄어듦에 따라 공격 대처가 대폭 쉬워지면서 게임의 난이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래그마타는 체공의 스테미나 소모량, 그리고 점프 강제 패턴으로 이를 보완하였다. 프래그마타는 대시와 다르게, 게임 내내 체공의 스테미나 소모량을 줄여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 소못값이 굉장히 커서, 대시는 한 번에 8번 할 수 있어도 체공은 길어야 3초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 점프를 강제하는 공격 패턴으로 게임 난이도 조절 ]


이렇듯 공중 액션은 기회 비용이 큰 액션인데, 프래그마타는 이를 필수적인 회피 수단으로 만들어 액션 게임으로서의 난이도를 채웠다. 점프 강제 패턴은 하단만을 공격하면서 그 판정이나 공격 지속 시간, 그리고 타이밍을 굉장히 빡빡하게 하는 등으로 점프를 해야만 잘 피해지는 패턴들이 해당된다.
점프 강제 패턴은 몇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먼저 체공을 조금이라도 사용할 경우의 스테미나 관리 난이도를 높여 숙련도가 전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높였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 모션을 읽을 때 단순 타이밍만 읽는 게 아닌 하단 공격 여부를 읽게 만든다. 이로써 상대의 공격 의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감각을 강화하여 액션의 재미를 높였다.
3. 무기 유닛
[ 무기가 파괴되어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 ]

프래그마타는 장탄 수를 모두 소모하면 무기가 파괴된다는 젤다스러운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젤다는 득템의 재미로 무기 자체에 애착을 갖게 하고 플레이어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주는 반면, 프래그마타는 게임 시작할 때 하나씩 들고가게 하고 매 주요 전투 마다 무기들을 넉넉하게 마련하여, 무기 자체에 집착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로써 프래그마타는 스트레스 없이 플레이 방식에 변주를 주는 데에 성공했다.
4. 데드 필라멘트
[ 근접전을 강제해 무한 카이팅을 막는다 ]
정화 시스템을 추가함으로써 한 번씩은 근접전을 하게 만들어, 이제껏 해오던 '멀리서 총 쏘다가 가까이 오면 대시로 거리 벌리기 무한 반복'을 할 수 없게 하였다. 특히 후반부에는 대시 가능 횟수가 많아지기에 이 요소가 없었으면 전투 난이도가 과하게 쉬워질 수 있었다. 정화에 달려있는 경직은 근접전 방식을 보조하고, 이로 인해 '쇼크웨이브'와 같은 근접 폭딜 무기의 밸류가 올라간다.
[ 원거리 딸깍 전투가 소울라이크가 되는 순간 ]

이 기믹은 정화 차징을 꾹 누른 채로 적의 패턴을 전부 회피하며 가까이 접근한 다음 정화 박고 때리는 소울식으로 싸우라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 기믹은 게임의 후반에 추가되는데, 이는 후반부의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진 대시 횟수에 대한 난이도 보완책이며, 동시에 후반부 특성 상 플레이어가 적들의 패턴을 어느 정도 꿰고 있기에 가능한 조치이다.
하지만, 게임 내내 무지성 대시를 시키다가 갑자기 패턴 학습을 시킴에 따라 플레이어가 겪는 전투 방향성이 완전 달라지기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원래 하던대로 "정화해야징" 하고 무지성 접근을 하면 꼭 한 대씩 맞게 되는데, 공격을 맞는 순간 정화 차징이 초기화되기에 플레이어는 정화도 못하고 때리지도 못하고 그냥 다시 뒤로 빼는 이전에 없던 똥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 감다살 모먼트 ]

정화 기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화 시전 방향이 '주인공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이 아닌 '플레이어 카메라가 보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아닌 '플레이어가 다루는 캐릭터'는 회피를 위한 대시를 하며 보는 방향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는데, 이 때 회피 동작 선후 딜레이가 있어 회피 직후 캐릭터가 보는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없다. 그렇기에 만약 기준이 '캐릭터가 보는 방향'이었다면 정화의 시전 커맨드는 단순 [ 정화키 떼기 ] 가 아닌 [ 잠깐 기다렸다가 -> 적이 위치한 쪽 방향키 입력 + 정화키 떼기 ] 였을 것이다.
하지만 프래그마타는 정화 시전 방향을 '플레이어가 보는 방향'으로 두었다. 소울 마냥 완벽한 패턴 회피가 필요 시 되는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화면은 필히 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회피와는 별개로, 마침 플레이어가 의도하는 정화 시전 방향 또한 항상 적을 향하고 있다. 프래그마타는 이 교집합을 놓치지 않고 전투 시스템에 활용함으로써, 플레이어는 적만 바라보고 있으면 정화 방향은 신경 안 써도 되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보다 쾌적한 전투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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